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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뉴스] 수백명 수색한다더니 죄다 거짓말이었어 - 세월호 청문회

세월호 참사 발생 608일 만에 진상 규명을 위한 1차 청문회가 열렸다. 세월호 희생자 이준우군의 아버지 이수하씨는 '특조위는 저희 세월호 피해 가족들이 치열하게 싸워서 만든 겁니다.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저희가 믿는 건 여기 계신 분들뿐입니다'라며 청문회에 대한 절절한 기대를 전했다.

그러나 청문회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이헌 부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특조위원 5명은 청문회 안건과 일정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전원 불참했다. 특조위가 장소 제공을 요청했으나 국회는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 3사와 뉴스 전문 채널 2개 사, 종합편성 채널 4개 사는 청문회를 중계하지 않았다.

청문회에는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구조 과정에 책임이 있는 증인 29명이 참석했다. 각각 중앙·광역·지역구조본부장으로 구조작업을 지휘했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도 나왔다.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경일 123정 정장은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청문회는 사흘 내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12시간씩 진행됐다. 하지만 모르쇠와 책임미루기로 일관하는 증인들 앞에서 진실은 표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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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 12월14일부터 사흘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1차 청문회가 열렸다. 여당 추천 특조위원 5명은 안건과 일정 등을 문제 삼아 전원 불참했다.

 

 

 

핵심 쟁점:무엇을 숨겼나, 왜 숨겼나

새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증인들은 대답을 회피하거나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호중 특조위원은 김경일 123정 정장의 세월호 참사 당일 통신 내역을 공개했다. 123정은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해 조타실에서 세월호 선원들을 구조했던 경비정이다. 현장 지휘관으로 임명된 김 정장은 신속하게 현장을 파악하고, 일선 지휘를 담당해야 했다.

통신 내역을 보면 김 정장은 오전 9시13분, 9시36분, 9시48분에 데이터 통신을 했다. 데이터 통신은 SNS 메시지나 MMS 문자를 보낼 때 남는 기록이다. 9시13분은 사고 소식을 접수한 123정이 긴급하게 세월호로 향하던 시각이다. 이동 도중 123정은 세월호와 1분 동안 3회 교신을 시도한 후 실패하자 더는 시도하지 않는다. 결국 123정은 대부분 승객이 배 안에 대기하고 있는 상황을 알지 못한 채 현장에 도착했고 이는 대규모 인명 피해의 단초가 된다. 김 경장은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황이 급박하고 자주 다니던 항로가 아니어서 안전운항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챙기지 못했다'라고 말해왔는데, 그 시각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게다가 9시36분과 9시48분은 123정이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해 긴급 구조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이호중 위원은 이를 두고 '영상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낸 것 아니냐'라고 추궁했다. 참사 당시 청와대는 해경 쪽에 여러 차례 사고 현장의 영상을 요구했다. 김 정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금세 말을 바꿔 '걸려온 번호가 찍혀 있어서 전화를 해봤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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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123정 정장의 통신 내역.

 

 

 

 

공개된 통신 내역에는 세월호 선원이 김 정장의 휴대전화를 이용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기록도 나온다. 10시27분경 찍힌 064-***-****는 세월호 2등 항해사 김영호씨의 집 전화번호이다. 선원들은 9시46분 세월호를 탈출하여 이 시각 123정에 탑승해 있었다. 김 정장은 '구조 당시 이들이 세월호 선원인지 몰랐다. 구출한 승객과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내가 있는 조타실에는 승조원 이외의 외부인이 들어온 적 없다'라고 밝혀왔다.

이호중 위원이 구조 당시 몇몇 선원은 눈에 띄는 작업복(스즈키복)을 입고 있었으며 선원 9명이 검찰 조사에서 123정 승조원들에게 신분을 밝혔다고 진술했다는 정황 증거를 제시했지만, 김 정장은 '몰랐다'는 답변만을 되풀이했다. 123정 승조원이었던 박상욱 증인 역시 '승객인 줄 알았을 뿐 세월호 선원인지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거듭되는 부인에 막혀 질문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사고 이튿날인 4월17일, 잠수사 500여 명을 투입하고 있다는 해경 발표 역시 추궁을 받았다. 17일 실제 수중 수색을 한 인원은 30명밖에 되지 않으며 잠수 횟수는 15회였다.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여기서 투입은 잠수가 아니라 동원의 의미'라고 해명했다.

특조위원들은 16일에서 17일로 넘어가면서 해양경찰청 상황보고서 형식이 바뀌는 것에 주목했다. 4월16일 18시경 작성된 상황보고서 7보에는 ‘해상 및 수중수색 진행사항’이라는 항목으로 18:00 현재 해경 2명, 해군 2명이 수색 중이라고 보고된다. 그러나 4월17일 새벽 5시경 작성된 상황보고서 11보에는 ‘동원 세력’이라는 항목이 추가되며 수중수색에 구조대 512명이 투입된다고 나온다. 이호중 위원은 16일 밤 10시20분에 있었던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이 부분 변경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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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 김석균 전 해경청장(가운데)이 ‘아리아케호 사고’를 언급해 방청객들이 항의하며 퇴장하기도 했다.

 

 

 

반면, 청와대는 정확한 정보를 보고받고 있었다. 17일 아침 7시부터 8시25분 사이의 핫라인 녹취록을 보면 해경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수차례 연락하며 한 번에 2명씩 잠수사가 짝을 이뤄 수색 중이고 현장에 12개 조 24명이 대기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한다. 증인으로 나온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 역시 수색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같은 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과 함께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김석균 전 청장은 가족들 앞에서 '잠수사 500여 명을 투입했다'라고 발표했다. 현장에 나갔던 가족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거칠게 항의하자 박 대통령은 '그럴 리가 없다. 만약 오늘 여러분과 얘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분들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도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

김 전 청장이 지난해 4월28일 있었던 김경일 정장의 기자회견을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정장은 이 기자회견에서 '현장 도착 직후 퇴선방송을 했다'라며 시연까지 벌였으나 이후 수사에서 퇴선방송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청장은 '당시 구조와 관련한 숱한 오보와 의혹 제기가 있어서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라고 홍보 라인에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김진 특조위원이 '김 정장이 퇴선방송을 했다고 알고 있었나'라고 묻자 '그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라고 답했다. 김 위원이 '퇴선방송은 당시 최대 쟁점이었다'라고 재차 물었지만 김 전 청장은 '모른다'는 답변을 고수했다.

이호중 위원은 청문회 말미에서 '이번에 확인 못한 게 있다. 왜 그랬을까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확인했지만 왜 그랬는지는 확인을 못했다. 앞으로 밝혀야 할 게 많다는 생각을 3일 동안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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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 1차 청문회에서 핵심 증인들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참사 당일 많은 이들을 구조했던 김동수씨가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자해를 했다.

 

책임회피 혹은 직무유기

손가락질은 아래로만 향했다. 사고 당시 해경 지휘부는 세월호와 직접 교신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은 '123정이 세월호와 교신할 거라 믿고 지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목포서가 당연히 교신을 취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은 '지시망에 혼선이 있을 수 있어 목포서나 서해청에 직접 교신을 지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결국 목포서-서해청-해양경찰청으로 이어지는 해경 지휘라인에서 어느 누구도 세월호와의 교신을 챙기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에 승객 퇴선명령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진도 VTS가 유일하게 세월호와 교신하고 있었으나 지휘 책임자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진도 VTS와 세월호 간의 교신 상황을 알고 있었던 유연식 전 서해청 상황담당관은 9시25분에 세월호가 퇴선명령을 고민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유 전 상황담당관은 그 이유에 대해 '경비정과 헬기가 현장에 도착하면 상황을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라고 답했다.

모든 책임은 맹골수도에 나가 있는 100t급 소형 경비선 123정을 향했다. 그러나 세월호와 교신을 하지 않아 세월호 상황을 몰랐던 김경일 123정 정장은 도착 이후에야 승객들이 대부분 선내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

선장 탓, 123정 정장 탓이 이어지자 특조위원들은 '구조하는 상황에서 최악을 상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해경 지휘부를 꾸짖었다. 참고인으로 나온 생존자 최재영씨는 '해경 관리자들이 매뉴얼대로 했다고 하는데, 매뉴얼 중에 배가 침몰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 해경이 승선을 해서 구조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며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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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아이들 사진이 공개되자 참석했던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다

 

 

수습도 사과도 민간 잠수사의 몫

주요 증인들은 사흘 내내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김수현 전 서해청장은 3일 연속 출석했으나 첫째 날과 마지막 날, 고혈압 증세를 호소하며 중간에 청문회장을 떠났다. 사고 당일 서해청은 김 전 청장이 타고 가야 한다는 이유로 사고 현장으로 향하던 헬기를 돌려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시자를 묻는 질문에 김 전 청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증인들은 불리하거나 답변이 막힐 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김관홍 민간 잠수사는 이를 두고 '고위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나는 당시 생각이 다 난다. 잊을 수도 없고 뼈에 사무치는데 고위 공무원들은 왜 모르고 기억이 안 나나'라고 울먹이며 한탄했다.

반성하는 태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제일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선장만 생각하면 화가 미친다. 제일 먼저 우리한테 정보만 줬어도. 그게 정상적인 배이다'라고 답했다. 김 전 서장이 내린 구조 지시의 부적절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자 '나는 인권이 없느냐'라며 특조위원을 향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에게 발언 기회를 요구하더니 2009년 일본 아리아케호 사고를 언급했다. '아리아케호는 5시간 만에 전복되고 선장이 끝까지 구조했지만 세월호는 1시간40분 만에 침몰했다'라는 내용이었다. 해경의 책임을 희석하는 듯한 발언에 분노한 방청객들이 잠시 청문회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자신의 불찰을 인정한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은 '특히 잘못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묻자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유일한 사과는 참고인인 민간 잠수사의 입에서 나왔다. 전광근 잠수사는 참사 이튿날 사고 현장에 도착해 7월3일까지 80여 일간 수색작업에 참여했다. 전 잠수사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직까지 세월호에서 못 올라온 9구의 실종자들을 가슴에 묻어두고 있다. 수습하겠다고 하고 그만큼 열심히 했는데 결국 많은 유가족에게 끝까지 못해서 미안하고, 또 친구들한테 끝까지 다 못해줘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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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 : 참고인으로 나온 전광근 잠수사는 하고 싶은 얘기를 묻자 “수습하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많은 유가족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김연희 기자 /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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