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명절이었습니다.
그날도 역시 친정에 갈 기미도 안보이더군요.
세살도 안된 애들 데리고 전을 열가지나 혼자 부치고 산적에 이틀 내내 음식을 해서 갔는데
여동생들을 봐야 한다면서 다 서울 삽니다.
친정도 서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친정부모님이 역귀성을 하시죠.
그날따라 친정오빠가 일이 있어서 빨리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왔다가 점심만 먹고 시댁으로 도로 오자라는데도 못 들은척, 혹은 들은척 해놓고 밍기적거리고
속터져서 그럼 나 먼저 가있겠다라고 아이 안고 혼자 택시를 타고 가는데
택시 안에서 어쩌다가 아스퍼거에 가까운 사람과 살고 있을까
눈물이 펑펑 나더군요.
뭐 명절 일은 그렇다치고 거의 매일이 눈치도 없고 속터져 미쳐버릴 것 같은 나날들이었으니까요.
택시에서 우니까
기사님이 왜 그러냐고 해서
이래저래해서 속상하다. 사람은 나쁘지 않은데 너무 눈치가 없어서 답답하고 무시받는 것 같고 괴롭다라고 했더니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밥은 먹고 살죠?
회사도 잘 다니죠?
학교 생활도 나름 잘 했죠?
눈치 없는 거 아니예요.
그거요. 다 니말 안듣겠다라는 겁니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어쩌고 저쩌고, 눈치가 좀 없고, 말뽄새가 좀 그렇고
죄다 나쁜 사람입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그 때의 생각이 나네요.
저는 그것이 누가 되었건 관계를 지속하고 지낼 사람들에게는 나쁜 사람은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